내년 예산과 관련한 민주당안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공약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원자력발전 관련 사업에서 각각 9000억원, 1814억원을 삭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 밖에 청년도전사업, 해외 연구개발 사업 등이 전액 혹은 대규모로 삭감됐다. 대신 에너지바우처 사업과 지역상품권 등 이 대표의 브랜드 예산을 대거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 대표가 단독 처리에 나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에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강하다. 헌법 57조에 따라 국회는 예산안을 감액할 수는 있지만, 증액하려면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정부 반대에도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면 내년 예산은 증액 없이 정부가 당초 계획한 예산안에서 수조원이 삭감된 채 집행되게 된다.
민주당은 정부 예산안에 대해 “경기가 어려운데 지나치게 긴축적”이라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단독 처리할 경우 정부안보다 더욱 줄어든 지출안을 통과시키는 셈이 된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이 필요한 소속 의원들도 반발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강한 발언이 나오는 건 협상 초반 분위기를 잡기 위한 카드”라며 “(예산안 처리까지) 아직 열흘 정도 시간이 남은 만큼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부·여당은 야권이 요구하고 있는 각종 선심성 사업 대폭 증액엔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7일 “총지출 순증액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야당의 증액 요구는 감액된 사업의 규모 내에서만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독 예산안 처리에 대해선 “민생을 위해 바람직한지 야당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범진/한재영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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